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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는다
입력 : 2025-10-14 오후 9:53:59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다수 보도에 따르면 약 40년 만에 긴 연휴라고 합니다. 달콤했던 휴식 끝에는 일상의 부적응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연휴 기간 일부는 침대에 뒹굴거리며 쇼츠와 릴스를 수없이 넘겨봤습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순식간에 하루를 삼켜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고의 기능도 상실한 기분입니다. 옛말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숏폼에 제 하루가 다 녹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유튜버 쯔양(박정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사이버 렉카 피해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다 문득 정치 관련 이슈를 다룬 콘텐츠도 접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중국인들의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범죄가 많아질 것이란 괴담이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서 열어본 댓글창에는 의외로 많은 이들이 믿고 있었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심한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특정 다수, 일상까지 파고드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 걸까요? 
 
가짜뉴스의 사회적 문제와 심각성은 이명박정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가 권력을 동원한 의도적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부 극우 커뮤니티의 성장과 보수화된 행태, 이른바 '이대남' 현상까지 사이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 문제에 전문가로 불리는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최근 이 같은 여론조작에 대한 내용을 다룬 '사이버 내란-댓글 전쟁'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이명박정부부터 시작된 여론조작은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뿌리 뽑히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의 가짜뉴스만 문제는 아닙니다. 잘못되고 자극적인 이슈를 온라인에 퍼뜨려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인 이른바 '사이버 렉카' 문제도 심각합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4일 사이버 렉카로 피해 입은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그는 악의적이고 허위 사실을 담은 영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는 "영상의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빨라 하루 만에 수십만 명이 보지만, 영상이 삭제되기까지는 짧게는 일주일이 걸리고 아예 삭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삭제가 되더라도 이미 퍼진 오해를 풀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쯔양은 수년간 사이버 공격을 받고 협박과 금품 요구까지 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쯔양은 "(알려진 사람으로) 인터넷에 악플을 받는 경험에 익숙해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에 글을 남길 때는 그 상대방도 감정이 있고,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언제까지 현상만 쫓을 수는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의 뿌리. 그들을 양성하는 세력을 막아서야 할 때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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