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세계적 사업가, TV 프로그램 진행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력 트로피는 끝이 없습니다. 평화까지 트로피로 진열하려 한 야심가에게 노벨상은 곁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얼마 전 직접 목에 금메달까지 걸며 노벨상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자칭 8개의 전쟁을 멈춘 남자가 아직 1개의 독재 정권도 막지 못한 남미 여성에게 진 겁니다. 버락 오바마도 받았는데 난 왜 못 받느냐는 응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반응도 '그럴 줄 알았다'입니다. WP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지난 11∼15일 미국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 범위 ±2%포인트)에 따르면 미국인의 76%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그쳤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기반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9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확률을 고작 3~4%로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노르웨이에 외교적으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2010년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노르웨이와 외교 관계를 끊었던 중국의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외교 무기로 사용하는 만큼 노르웨이에 철퇴를 날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됐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보복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10월 초 수상자를 선정하는 관행상 노벨평화상 발표 직전 성사된 가자 휴전 1단계 합의는 올해 시상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도전한다면 내년 평가에 반영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일진 놀이 대신 진정한 평화 전도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8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전쟁을 멈춰달라는 겁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를 넘어 수단과 미얀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총성을 멈춘다면, 노벨상이 응답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