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내내 가을비가 내리면서 나들이에 훼방을 놓았습니다. 장거리는 고사하고 단거리 구경을 떠나는 데도 애를 먹게 했습니다. 궂은 날씨에 그나마 제 발걸음을 야외로 향하게 한 것은 파크 골프였습니다.
(이미지=챗GPT)
파크 골프는 부모님께서 새로운 취미로 점찍은 스포츠입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추천할 때는 관심이 없으시더니 짬이 나자 스스로 입문하신 뒤 어느새 매일매일 파크 골프를 즐기고 계십니다. 지난 8월 여름휴가를 내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저도 곁다리로 파크 골프장을 처음 찾게 됐습니다. 부모님 채를 빌려 치다가 결국 제 골프채를 마련해 정식 1인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파크 골프를 칠 기대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지만 파크 골프장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잠깐 날이 개면 가서 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세 사람이 18홀을 도는 데 1시간 남짓 걸리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시간도 아닙니다. 날씨가 좋으면 하루에 두 번까지 쳤습니다. 파크 골프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접근성입니다.
이 밖에도 장점이 많아 지금부터 나열해 보려고 합니다. 주변에 골프를 치다 큰 부상을 입은 지인이 있어 저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축구공을 맞고 쓰러졌던 적이 있기에 공이 또 나를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파크 골프공은 플라스틱, 고무 재질로 만들어집니다. 공의 크기도 기존 골프공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공중에 뜨기보다는 바닥으로 굴러가는 식입니다. 위험이 아예 없진 않지만 훨씬 적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에 맞아 공이 튕겨 나가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 바도 있지만 공이 커서 속도가 많이 붙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비껴갈 수 있었습니다.
장타 코스가 많지 않아 스윙을 크게 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공원에서 치는 골프 특성상 거리가 짧기 때문에 있는 힘껏 채를 휘두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골프 특유의 질환에 노출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또 공이 커서 저 같은 초보자도 입문하기가 쉽습니다. 따로 강습을 받지 않고 부모님을 졸졸 따라다녀도 그보다는 못하지만 크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는 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강습소도 있고 강의도 많아 교육을 받으면 발전 가능성이 크겠지만 배우지 않고도 가볍게 재미로 칠 수 있습니다.
하루는 초등학생이 파크 골프장에 왔더군요.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 온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3대에 걸쳐 온 가족이 즐기기에도 좋은 운동이 파크 골프입니다. 자녀들이 부모님과 함께 치기 위해 입문하는 경우도 최근 늘고 있다고 합니다.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모님이 말씀하시길 요즘 요양원에 사람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어르신들이 죄다 파크 골프에 진입하면서 재미에 빠졌고 건강도 좋아지셨다고 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