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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까지 관세 인상…K-스틸법은 제자리
입력 : 2025-10-10 오전 11:34:39
“미국 50% 관세도 버거운데, 유럽연합(EU)까지….” EU의 철강 관세 상향 소식에 철강업계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현재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의 고율 관세,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EU의 추가 관세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업계 보호 대책을 담은 규정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규정안에 따르면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은 최대 1830만톤(t)으로 제한됩니다. 이는 지난해 수입 쿼터(3053만t) 대비 약 47% 축소된 규모입니다. 수입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2배 인상됩니다.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던 국내 업계는 이번 조치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U는 수입 철강에 대해 글로벌 쿼터를 부여해 어느 국가 제품이건 쿼터를 먼저 선점하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약 380만t의 철강 제품을 EU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약 263만t(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은 한국에 부과된 쿼터를 통해, 나머지 물량은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했습니다. 
 
특히 EU는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도 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로, 미국보다 소폭 많았습니다. 
 
EU의 조치에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부는 8일 “EU가 국가별 쿼터 물량을 배분할 때 FTA 체결국 지위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자 협의를 통해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우리 측 입장과 우려를 전할 예정입니다. 
 
관세 인하 협상도 중요하지만,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근본 원인인 만큼 종합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유럽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특수강 등 고급 제품군의 비중을 확대해야 합니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등 고도 기술력 확보도 시급합니다. 현행 반덤핑 조치 실효성을 높이고, 우회 덤핑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산업 위기를 겪는 철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하 등 비용 절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은 지난 8월 초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당초 9월 처리를 목표로 했으나 무산되면서 논의가 11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철강산업은 자동차·조선·반도체·방위 산업 등과 연관 효과가 큰 국가 핵심 산업입니다. 정치권이 책임감을 갖고 관련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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