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새 최고경영자(CEO)인 립부 탄 체제 아래 기사회생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지분을 인수하는가 하면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과 투자·협력 방안까지 모색하고 나섰다. 이 모든 게 약 2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이른바 ‘인텔 살리기’로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산둥성 빈저우 공장에서 반도체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 9.9%에 해당하는 신규 보통주를 89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매입한 배경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글로벌 반도체의 95%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것은 절대 긍정적이지 않다”며 “임기 내 미국 생산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와의 PC·데이터센터 칩 개발 협력, 애플·TSMC와 투자 및 협력 논의는 특히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에 청신호다. 논의 초기 단계로 알려진 AMD의 칩 생산까지 현실화된다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에 상당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곧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가로 이어진다. 인텔 살리기가 미국 반도체 재건과 맞닿아 있는 이유다.
중국도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서두르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해 반도체부터 소제·부품·장비(소부장)까지 함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화웨이의 경우 올해 연구개발에 약 1200억위안(약 22조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최근 HBM3 샘플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위한 장비 발주에 나섰다. 2027년에는 HBM3E 양산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5년 중국은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302억5000만달러를 성사하며 글로벌 투자액 571억9000만달러 중 52.9%를 차지했다. 반도체 스타트업당 평균 투자 금액도 6억7100만달러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도체는 설계, 제조, 소부장 등 특정 기업에만 몰리지 않은 하나의 생태계 산업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한국 반도체 역시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입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