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정부 주요 서비스의 중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재난이 닥치자 디지털에 의존하는 사회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화재 직후 맞은 월요일, 서울 청사 엘리베이터 안은 직원들의 걱정스런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버에 저장한 자료에 대한 소실을 우려한 대화였습니다. 디지털에 모든 것을 맡겨둔 시대, 데이터 소실에 대한 두려움은 더 이상 기술 담당자의 고민만이 아니었습니다.
문득 학창 시절 경험을 떠올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소중한 파일을 CD에 담아 보관하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꺼내본 CD는 오류로 인해 파일을 꺼낼 수 없었고 결국 자료는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느낀 허탈함은 지금의 불안과 겹쳐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파일은 이중으로 저장을 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모든 자료는 디지털화되고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정부 문서는 물론이고 도서관에서는 오래된 장서를 스캔해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합니다. 박물관·아카이브에서는 문화재 기록을 디지털 파일로 남기고 있습니다. 신분증마저 디지털화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한 번 사고가 나면 종이 문서나 책처럼 일부라도 건질 수 없고 시간이 흐르며 기술이 바뀌면 파일 형식 자체가 열리지 않아 소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디지털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사라질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디지털의 편리함만을 앞세우다 오히려 후대에 전해줄 유산마저 소실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8일 화재 감식 요원들이 화재가 완진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