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점차 심화되면서, 두 시장이 중요한 한국만 난처한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발전하고 확산될수록 대미와 대중 수출이 높아지는 반도체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제외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들의 중국 반입이 까다로워진 문제나, 중국이 반도체 생산 자립에 속도를 높여 메모리 대중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등 양국의 신경전이 거세질수록 국내 기업들이 받는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국기와 반도체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현재 첨단산업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이 미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계속 표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중 견제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분간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곤란한 환경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러한 지정학적 악재가 첨단산업의 주도권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챗GPT 서비스 흥행에 따라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이 흐름 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벤더 역할로서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도권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차세대 전 세계를 이끌 산업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이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알려져 있듯 AI 다음으로 올 시대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예상하고 국내 업체들도 로봇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로봇 플랫폼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로봇을 꼽고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전사 차원의 AI 과제 전담 조직인 ‘이노X랩’을 설립했다. LG전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력해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선 상태다. 강력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중에 끼인 새우등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는 날은 과연 올까.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