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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율 조작' 꼬리표 뗐지만…관세 협상은 '안갯속'
한미, 환율정책 합의문 발표…"시장 원칙 존중, 조작은 없다"
입력 : 2025-10-01 오후 4:06:1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미 양국이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정할 때만 고려하고 무역 경쟁을 위한 자국 통화가치 조작은 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보 공유 등 투명성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덜었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다만 이번 합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와 관련된 통화스와프 협의와는 별개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에선 벗어났지만, 교착 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입니다. 
 
'시장 중심' 환율정책 합의…"수출경쟁력 위한 환율 조작 금지"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1일 '한·미 환율정책 합의문'을 공동 발표하고 "국제통화기금(IMF) 협정문에 따라 효과적인 국제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진행된 '2+2 통상 협의'에서 미국 측의 요청으로 환율 분야가 통상 협의 의제에 포함된 이후 진행됐습니다. 관세 협상과는 별개로 한·미 재무당국 간 별도의 고위·실무급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는 설명입니다. 합의 내용은 앞서 일본과 미국 간 발표된 공동성명문에 담긴 내용과 거의 유사합니다.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도 환율정책 협의를 진행해왔는데, 지난달 12일 일본, 29일에는 스위스와 각각 합의를 마쳤습니다. 
 
한·미 양국은 합의문을 통해 "거시건전성 또는 자본이동 관련 조치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핫머니(단기자금)'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국에 물건을 싸게 팔 목적으로 환율 변동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어선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국민연금 등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위험 조정과 투자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환율 조정을 위해 악용돼선 안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에 있는 경우에만 고려돼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았습니다. 양국의 협의 과정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원화 절상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한국 투자 서밋'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재부)
 
합의문에 '안정' 추가…'한미 통화스와프 포석' 해석도
 
아울러 양국은 외환시장 상황과 안정을 모니터링하고, 상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투명한 환율정책에도 동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분기별로 대외 공개하고 있는 시장 안정 조치의 월별 내역을 미 재무부에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IMF의 양식에 따라 월별 외환보유액·선물환포지션 정보를 공개하고,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 정보를 대외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합의문에는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환율 합의를 마친 일본, 스위스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않은 '한미 재무당국은 외환시장 상황 및 안정을 모니터링한다'는 내용이 담긴 점이 눈에 띕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합의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낮아졌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미국은 매년 6월과 11월 보고서를 펴내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의 외환정책을 평가해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합니다. 앞서 한국은 지난 6월 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보고서에 정량 지표보다 정성 평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상적인 시장 안정 개입도 환율조작국 지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협의는 미국이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 정성적 요건을 우리도 준수하겠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면 (정성평가가 반영되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환율조작국 꼬리표는 뗐지만,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와 관련된 통화스와프 협의와는 별개라는 점에서 관세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재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이행 방식을 두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측이 요구한 무제한 통화스와프 조건은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0일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양국 통화스와프 체결을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양국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한국 투자 서밋'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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