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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행복하지 않아도 돼
입력 : 2025-09-30 오후 4:24:41
요즘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하라"는 메시지를 듣습니다. 광고는 더 좋은 삶을 약속하고 SNS 속 사람들은 늘 웃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이란 늘 충만하고 반짝이는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삶을 견디는 시간 속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면 애써 웃지 않아도 되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라면 그 감정 그대로를 받아들여도 됩니다. 중요한 건 그런 날에도 여전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놓쳐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을 때, 며칠을 고민하며 쏟아부은 노력이 아무 일 아니었던 것처럼 스쳐 지나갈 때, 친구들의 여행 사진을 보며 혼자 집에 있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한 일들이지만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마음이 쉽게 지치고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며듭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조차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누구도 늘 웃을 수 없고, 어떤 삶도 늘 행복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있기에 '괜찮은 날'이 더 또렷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불행하게 살 용기는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렇게 살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행하지 않을 용기'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하루를 살아내는 마음, 그것이 바로 용기입니다.
 
행복을 방해하는 건 대개 타인의 시선입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우리를 힘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잘못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남이 뭐라 하든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속에는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기준으로 살아가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날도 삶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애써 노력했는데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관계가 어긋나는 순간도 있습니다. 피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해야 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고통과 불편함을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도망치지 않고 견디는 동안 우리는 성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억지로 행복하려 애쓰지 않으려 합니다. 힘들면 힘든 대로, 웃기 어려운 날에는 억지로 미소 짓지 않고, 그냥 그런 하루를 인정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행복은 애써 찾아가는 목표가 아니라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 끝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것이라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사진=챗GPT)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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