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이다. 배터리에서 발화가 됐다고 해서 지금 단계에서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배터리는 외부 충격, 과충전, 온도 관리 실패, 운송 중 부주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라면 전력 공급 시스템, 냉각 시스템, 일상 점검 체계까지 살펴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탓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순간 인재 요소가 묻힌다는 점이다. 실제 원인이 설비 점검 소홀, 안전 교육 부족, 냉각 시스템 오작동에 있었다면 배터리만 교체한다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배터리에 대한 공포를 낳았던 전기차 화재는 더 복잡하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 오작동, 차체 설계 문제, 충전 인프라 불안정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배터리 업체는 외부 요인을 주장하며 서로 책임을 미룬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기관이 과학적 분석을 통해 발화 지점, 연소 경로, 운영 상황, 안전 관리 실태를 검토해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 결함인지, 관리 허점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인적 요인이 주된 원인이라면 해당 기관과 관리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역시 개선돼야 한다.
성급한 결론은 진실을 왜곡하고 재발 방지를 어렵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고, 배터리만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