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금융소비자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민등록증을 활용한 본인 인증이 막히면서 신용대출, 신규 보험·카드 가입 등 주요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진 건데요.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8시경 국정자원 5층 7-1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행정 전산망이 전면 마비됐습니다. 모바일 신분증, 정부24, 사회서비스 시스템 등이 중단되며 금융권까지 2차 피해가 확산됐습니다. 이번 사태는 화재로 인한 2차 피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서울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KT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KT 통신망 기반의 카드 결제 단말기와 POS기가 마비되면서 카드 결제가 전면 중단됐고, 계좌이체나 현금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 차량이 오가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통신망과 데이터의 이원화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2022년에는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가 전면 마비됐습니다. 네이버 일부 서비스까지 장애가 이어졌으며,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증권 등 카카오 금융계열사들도 큰 차질을 겪었습니다. 당시에도 데이터 이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국정자원은 이미 2023년에도 국가 행정망 전산장애로 신분증 진위 확인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데이터 이원화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같은 이유로 금융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국정자원이 한 차례의 문제를 겪고도 뚜렷한 대책 없이 동일한 상황을 반복한 셈입니다.
정부는 KT 화재와 카카오 사태 당시 청문회와 국정감사까지 열어 민간기업을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정작 정부가 관리하는 기관의 안전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대응책이 작동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마련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려면 정부 역시 스스로를 먼저 되돌아봐야 합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