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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사이언스)암세포 핵 비대, 전이 억제 가능성
KAIST, '커진 핵' 악성화 신호 아닌 방어 반응 가능성 밝혀
입력 : 2025-09-29 오전 10:17:10
암세포 핵 비대 현상이 유도되는 기전과 세포 생리에 미치는 영향. (사진=KAI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암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정상세포보다 핵이 비대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핵은 세포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지휘 본부’로, 병리학에서는 핵이 커지면 암이 악화된다는 지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왜 핵이 커지는지, 이 현상이 실제로 암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김준 교수 연구팀이 김지훈·김유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진은 암세포 핵 비대가 DNA 복제 스트레스(replication stress)에 따른 일시적 반응이며, 오히려 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9월9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습니다.
 
복제 스트레스가 핵 비대 촉발
 
연구진은 암세포가 분열을 위해 DNA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복제 스트레스에 주목했습니다. 이 스트레스는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과 오류 신호를 의미합니다. 
 
실험 결과, 복제 스트레스가 핵 속 액틴(actin) 단백질을 중합(뭉침)시켜 핵을 물리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핵 비대는 단순한 세포 성장의 부산물이 아니라 분자적 기전이 있는 능동적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김준 교수는 “DNA 복제 스트레스가 핵 크기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해 병리학자들이 수십 년간 관찰해온 현상의 기전을 설명했다”며 “이제 핵의 구조 변화가 암 진단과 전이 예측의 새로운 지표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전이 억제 효과도 확인
 
연구팀은 다양한 첨단 분석을 통해 핵 비대의 생리적 의미를 다각도로 규명했습니다. 우선 유전자 기능 스크리닝을 통해 수천 개 유전자를 차례로 억제해 핵 크기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찾아냈습니다. 아울러 전사체 분석으로 핵이 커질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3차원 유전체 구조 분석(Hi-C) 작업으로 핵 비대가 DNA의 접힘과 유전자 배치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생쥐 이식 모델을 활용하여 핵이 커진 암세포가 실제로 이동성과 전이 능력이 낮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이 결과는 핵 비대가 암의 이익을 위한 진화적 형질이 아니라 오히려 전이를 억제하는 일시적 방어 반응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핵이 커진 암세포에서는 항암 면역세포가 더 많이 침투하는 경향도 관찰됐습니다. 
 
이렇듯 이번 연구는 병리 진단에서 ‘핵이 크면 악성화’라는 단순 공식에 의문을 던집니다. 핵 비대는 반드시 악성화를 뜻하지 않을 수 있으며, 전이 억제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핵 크기 변화가 암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전이 예측 및 면역치료와의 연계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핵 비대가 단순한 악성화 신호가 아니라는 점은 환자의 치료 방향과 예후 예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DOI : https://doi.org/10.1073/pnas.2424709122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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