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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바꿀 광고 시장의 판도
입력 : 2025-09-29 오후 12:55:25
한국 광고 시장의 중심에는 ‘네이버’가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광고 무대다. 이를 악용한 장사꾼도 있다. 막 가게 문을 연 소상공인에게 전화를 걸어 네이버 협력업체라며 포털 메인에 광고를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식이다. 업자들은 개업 사실을 정확히 알고 연락했으니 당연히 네이버 측이라 굳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덜컥 2년 계약을 맺었지만, 알고 보면 ‘먹튀 사기’였다. 정작 네이버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손을 놓고 방치했다. 
 
(이미지=챗GPT)
 
공정거래위원회에 꾸준히 제기되던 민원이었는데, 작년 공정위 출입 당시 드디어 공정위가 팔을 걷어붙이고 경찰·네이버 등 기업들과 함께 사기 근절 협의체를 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고 시장을 정화하고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라 서둘러 단독을 붙여 기사를 썼다. “이제 안심하셔도 된다”는 마음을 담아 쓴 기사였다. 
 
기사가 나간 뒤 곧바로 “살려달라”는 담당 과장의 전화가 왔다. 연말 대통령 민생 토론회에 보고될 안건이었기 때문에 그 전에 보도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었다. 공무원 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애원했다. 기사가 정확해 수정할 것도 없으니 차라리 삭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게 정말 '살려달라' 할 만한 일인가 싶어 타 부처에 넌지시 물어보니 “대통령 입에서 나가야 할 사안이 미리 새 나갔으니 국장급이었다면 ‘파면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수부에는 비슷한 일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어설픈 공명심으로 멀쩡한 사람 하나를 잡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공정위 인사 소식만 살피며 연말을 보냈다. 
 
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렀다. 난데없는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 민생 토론회는 무산됐고, 정작 ‘대통령’이 파면됐다. 덕분에 해당 공무원은 자리를 지킨 듯하다. 물론 네이버 파워링크 사기 역시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작년 일을 갑자기 떠올린 이유는 AI 때문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검색을 챗GPT로 하게 된다. 병원, 쇼핑, 심지어 여행지 추천까지. 기사 작성 중 통계나 데이터 검색에는 그럭저럭 유용한 편이다. 검색 시장의 무게 중심이 포털에서 AI로 옮겨 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정확하지는 않다. 골프채를 알아보려고 요즘 유명한 제로토크 퍼터 브랜드 ‘랩퍼터’에 대해 물었더니, ‘랩퍼 윤미래’ 관련 답변만 줄줄이 나왔다. 한번은 고부가 전환을 선도하는 석유화학사를 묻자 1위는 맞혔지만, 2위는 오히려 범용 제품 위주 업체를 지목했다. 틀렸다고 지적하자 GPT는 곧바로 “죄송하다”며 다른 회사를 들이밀었다. 해당 기업 관계자에게 이 얘기를 전해주니 “하하 GPT에 광고 좀 더 해야겠네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챗GPT는 이미 무료와 유료 서비스로 나뉘어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기업이 더 자주 노출되는 구조가 자리 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기업들 역시 언론 홍보나 검색 광고 대신, AI의 답변 속에 자사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을 새로운 전략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네이버 파워링크를 악용한 낡은 사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언론과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 해주는 셈이다. 다만 ‘챗GPT 사칭 광고 사기’라는 새로운 범죄가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술이 바뀌어도 사기꾼의 상상력은 언제나 한발 앞서가니까. 이 변화가 또다시 약자를 울리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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