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지인의 결혼식 축가를 맡기로 했습니다. 축가를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기에 흔쾌히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곡 결정까지 유난히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챗GPT)
당초 저는 다음에 결혼식 축가를 한다면 불러보고 싶은 곡 몇 곡을 마음속에 점찍어두고 있었습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좋고 가창력도 적당히 보여줄 수 있는 곡이었죠. 이 중에 고르면 되기에 고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 모습을 상상하다가 멈칫했습니다. 제 지인은 15살 정도 많은 분과 결혼을 할 예정입니다. 제 지인과 저는 또래여서 지인이 좋아하는 곡과 제가 좋아하는 곡 사이에 간극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인의 배우자를 생각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15살 차이면 족히 반 세대 정도는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와 저는 들었던 노래, 아는 노래가 다를 것입니다. 게다가 결혼식장에는 그 친구들, 가족들도 가득할 것입니다. 그들 앞에서 최근 유행가를 흥얼거리면 공감 없이 얼마나 따분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기우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생 실습 마지막 날 우리반 학생들이 가수 015B의 노래를 저에게 불러준 기억도 났습니다. 그들과 저는 겨우 5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고등학생이 보는 성인은 엄청난 어른이라 아마도 인터넷 등에서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곡으로 선정한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노래는 저에게도 생소한 노래였죠.
저는 챗GPT에게 달려가 제 지인의 배우자 될 분의 친구들이 많이 결혼하던 시기인 20년 전에 유행하던 여자 결혼식 축가곡을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탐탁지 않은 노래들이 추천됐는데요. 정확성을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때 당시에는 결혼식 축가에 적합한 곡이 다양하지 않아 인기 발라드곡을 그대로 축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왕 부르는 축가면 양쪽 다 만족할 만한, 그리고 알 만한 노래면 좋겠다는 것이 아직까지 제 욕심인데요. 그래서 저는 1990년대 후반에 나왔던 곡을 아마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또래보다 위 아래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반대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하와 결혼하는 지인을 위해 최신곡도 지속 모니터링해둬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