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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문구점은 사라졌다
입력 : 2025-09-25 오후 6:03:52
10년 전쯤이었던 것같습니다. 취재차 들렸던 거리였습니다. 미숙했던 취재에도 불편했던 질문에도 속풀이하듯 말씀을 해주셨던 문구점 사장님 기억이 가물거렸습니다. 기억 속에 흐릿한 얼굴이 지나가던 찰나, 문구점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앞이라는 입지와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아이들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문구점 간판은 사라졌습니다. 10년전 문구점이 있던 자리에는 무인 가게가 있었습니다. 문구와 아이스크림을 할인 판매하는 곳입니다. 
 
개인 사정상 그만두셨을 수도 있죠. 장사가 안 된다고 한탄했었으니 그 이유로 문구점을 접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고 있고, 학교에서 준비물도 다 챙겨줄 정도로 복지도 늘어나고 있으니 문구점 역할은 10년 전보다 더 축소됐을 겁니다. 다만 문구점을 대신한 자리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같은 업종 가게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좀 씁쓸합니다. 
 
무인 문구점. (사진=뉴시스)
 
이제 무인 가게는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헬스장까지 언제든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주요 역할을 하던 상점이, 누군가에게는 주요한 일터였던 곳이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음식점 풍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종업원의 인사를 받던 자리는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손님은 기계 앞에서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인건비 절감의 해법일 수 있지만, 불편과 단절의 경험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물리적 형태를 갖춘 피지컬 AI로 확산되며 무인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 주문과 계산을 넘어 진열, 청소, 안내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편리함을 가져오지만, 사람의 역할을 점점 축소시킬 수 있는 것이죠. 
 
무인 시스템은 이미 일상이 됐고, AI 발전은 이를 더욱 확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가 돼 있을까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무인의 시대에 지켜야 할 자리는 어디인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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