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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7조도 없는데 70조 투자?
입력 : 2025-09-24 오후 5:25:15
대한항공이 7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대한항공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이 2조원대에 불과해 7조원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내놓는 ‘투자 보따리’식 이벤트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이 운용 중인 B787-10.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미 항공엔진 제자사 GE에어로스페이스와 각각 구매 양해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으로부터는 차세대 항공기 103대를,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는 예비 엔진 19대와 엔진 정비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잉 발주 금액만 362억달러(약 50조5000억원)에 달하며, 엔진 계약까지 합하면 총 투자 규모는 약 70조원으로 늘어난다. 
 
구매 대상은 여객기 B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화물기 777-8F 8대 등이다. 항공기들은 203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기단을 777·787· 737, 에어버스 A350·321네오 등 고효율 기재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규모의 경제 확보, 연료 효율성 향상, 탄소 배출 저감, 고객 만족 극대화 등 다양한 효과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 가능성은 의문이다.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조3000억원에 그쳤다. 항공기 103대와 엔진 계약에 필요한 70조원을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과거에도 대규모 항공기 도입 계약을 수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거나 금융·리스 방식을 활용해 온 만큼, 이번 계약 역시 장기 납입 구조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 발표 시점에도 시선이 쏠린다. 항공기 실제 도입까지 최소 5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을 정치·외교적 이벤트에 맞춘 상징적 발표로 보는 해석도 있다. 발표 이후 시장과 업계에서는 “7조도 없는 회사가 70조원을 쓰겠다고 나선 셈”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초대형 계약이 실질적 투자로 이어질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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