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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보다 바이오
입력 : 2025-09-22 오후 4:04:2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서 바이오 산업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지 보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글로벌 5대 강국 도약을 위해 산업계는 물론 학계 의견까지 듣기 위한 자리에는 13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예정된 간담회 시간이 지난 뒤에도 추가 질문을 받겠다면서 자리를 지켰습니다. 대통령이 성의를 보인 만큼 질문과 제안을 겸한 건의는 20개나 나왔습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들은 회사별 맞춤 지원부터 거시적 관점에서의 정책 개선까지 요구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이 대통령이 직접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이들은 모두 바이오 사업 종사자 또는 연구자였습니다. 애초에 간담회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바이오 관련 인사들이었습니다. 
 
흔히 전통 제약사, 케미컬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의약품을 만드는 방식부터 사업 방식, 글로벌 진출 모델까지 제약과 바이오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상 한 몸처럼 여겨집니다. 흔히 '제약바이오'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 제약은 빼놓고 바이오만 들여다본 것은 큰 중요한 대목입니다. 제약보다 바이오의 미래가 밝다는 정부의 전망이 읽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규제 개혁도 바이오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예고편으로도 해석됩니다. 
 
산업계의 '형님' 역할을 하던 제약이 바이오에 밀린 이유는 여럿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한국의 약가 제도입니다. 
 
한국 약가제도는 제네릭을 중심으로 짜여졌습니다. 지난 2021년 진행된 한 연구에선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 약의 95%에 달하고, 외국에 비해 평균 41~54% 높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제네릭을 우대하는 약가 제도는 비싼 돈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신약 개발 성공률이 10% 언저리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처럼 제네릭 약가가 높은 시장에서 굳이 도전할 이유가 없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약가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제네릭 중심의 약가제도는 이미 고착화한 지 오래인 데다 글로벌 신약 정책을 펼칠 여지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약사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해당하는 신약 개발보다는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망하진 않을 제네릭을 선택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에게 초대받지 못한 제약산업계, 당장의 안빈낙도도 좋지만 도전 정신도 필요한 때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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