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길 표 예매는 매년 치열했지만, 올해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분노와 체념으로 이어졌습니다. 예매 당일 아침 7시가 되자마자 코레일 앱은 곧바로 마비됐습니다. 저 역시 한 시간 넘게 접속조차 되지 않았고, 간신히 들어가도 대기번호는 수십만, 심지어 백만 명을 넘겼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서버 불안정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표를 대량 확보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표가 필요한 시민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앱을 켰다 껐다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대기번호를 놓칠까 두려워 엘리베이터 대신 10층을 걸어 올라갔다는 시민의 얘기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코레일은 "올해는 최장 10일 연휴로 수요가 두 배 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SRT는 일주일 먼저 예매를 시작했음에도 큰 차질 없이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이번 대란은 코레일의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참사라 할 수 있습니다. 2017년과 2022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 점을 떠올리면, 기술적 대안이 있음에도 근본적 개선을 외면해온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쇼 문제도 여전합니다. 낮은 취소 수수료 탓에 손쉽게 예약했다가 버리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설·추석에만 44만장의 표가 공중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중 대부분이 KTX에서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매크로 차단 기술의 부재와 일부 플랫폼의 숙박 패키지 연계 판매 같은 불합리까지 겹치면서, 정작 실수요자들의 표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특단의 개선책이 절실합니다.
서울역 KTX.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