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최근 MBC의 ‘놀면 뭐하니’가 선보이고 있는 ‘80s MBC 서울가요제’가 의외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는 만으로 70세를 넘긴 배우 박영규부터, 이제 만 스무살에 불과한 아이브의 리즈까지 세대를 초월한 이들이 함께 서서 1980년대 가요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각자 다른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하나의 무대에 공감합니다.
80년대는 지금의 50~60대에게 청춘의 한가운데였습니다. 당시 문화 소비층이었던 이 세대에게는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다시금 그 시절을 소환합니다. 노래 한 소절이 울려 퍼질 때, 대학 캠퍼스의 풍경이나 명동의 음악다방, 친구들과 다정히 걸었던 거리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반면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순간입니다. “이런 노래도 있었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과는 또 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체험하게 됩니다.
대중가요는 늘 세대의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역사책보다 생생한 기록물이 되곤 하지요. 이번 기획은 그 성질을 가장 잘 끌어낸 사례라 할 만합니다. 모두가 한 무대를 통해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또 그 기억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과정. 바로 이것이 대중가요가 가진 가장 큰 힘일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싱어롱(Sing-along)’ 상영회가 대표적입니다.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집단적 체험을 만들어냈습니다.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하나가 되는 순간, 극장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로 기능했습니다. 아마도 세월이 훌쩍 지난 후, 지금의 젊은 관객들은 그때 불렀던 노래들을 떠올리며 ‘우리 세대의 추억’이라 말하겠죠.
결국 향수란 ‘과거를 회상하는 마음’이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순간 만들어지고 있는 기억’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무대와 영화관에서 불렸던 노래가 내일은 또 다른 세대의 향수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대중가요는 그래서 특별합니다. 시대를 담고, 사람을 모으고, 세대를 잇기 때문이죠.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