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비부부들은 '추가금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금액보다 수백만원 더 드는 경우가 흔하고, 업체는 견적 공유를 막아 소비자끼리 정보를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지만 불투명한 가격 구조 속에서 예비부부는 불신과 피로를 안고 결혼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겠다며 '스몰 웨딩'을 계획했던 지인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패키지를 약 80만원에 계약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치르고 나니 최종 금액은 280만원 가까이로 불어났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원본 파일 비용과 드레스 업그레이드 권유로 인한 추가 결제는 물론, 촬영 당일 현장에서 도와준 헬퍼 비용과 스탭들의 교통비·출장비, 여기에 스탭 다과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을 부담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계약서에 적힌 숫자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고, '최고가·최저가' 정도만 기재된 견적서로는 어떤 항목에서 얼마가 추가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비용 비교도 쉽지 않습니다. 일부 웨딩업체는 전화를 걸어도 "방문해야 가격을 알려주겠다"거나 "내년 물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변만 내놓습니다. 온라인 결혼 정보 카페가 활성화돼 있지만 정작 가격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많은 업체가 '견적 공유 금지' 조항을 두고 이를 어기면 탈퇴 조치나 법적 대응을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카페에는 "합리적 가격이었다" 같은 추상적인 홍보성 후기만 넘쳐날 뿐, 정확한 금액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같은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철저히 '을'의 위치에 놓입니다. 대부분의 거래가 일회성이라 불만을 제기하기도 어렵고, 계약금을 넣는 순간 선택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전문가들은 "법적 강제 장치가 없다 보니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공유하기 어렵다"며 "업체의 가격 통제 관행은 구조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합니다.
저 역시 결혼을 준비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추가금 폭탄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방어 심리가 생기고, 발품을 팔아 여러 곳을 비교해야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진이 빠집니다. 사랑과 설렘으로 채워져야 할 과정이 왜 이렇게 피곤한지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인생의 단 한 번,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결혼 준비가 '끝없는 추가금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웨딩 박람회를 찾은 예비부부들이 웨딩드레스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