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인출기와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금액이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모바일과 오픈뱅킹 확산으로 현금 사용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는 까닭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현금자동인출기 공동망을 통한 계좌이체와 현금 인출 등의 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7% 감소한 12조71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00년 2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현금 사용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것과 비례해 일상생활에서 현금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 매장에서 물건을 사도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말이죠.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경우 당연히 현금을 사용하는 일은 없습니다.
교통편도 현금 없이 이용할 수 있죠. 택시는 길거리에서 잡는 것보다 카카오택시, 우버 등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잡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해졌습니다. 대중교통도 현금 없이 즉석에서 모바일 페이를 통해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헐레벌떡 나오느라 지갑 없이 지하철역에 도착했지만, 카카오페이를 통해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바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카드 리더기. (사진=뉴시스)
해외에서도 현금 없이 거래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사들이 제공하는 컨택리스를 통해 교통카드를 사용한다거나 현지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자 컨택리스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카드나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비접촉 결제 방식입니다.
하지만 현금 없는 사회의 그림자도 있습니다. 편리함이 넘치는 세상일수록 불편은 체감상 더 크게 다가옵니다. 스마트폰이 방전되면, 카드가 먹통이 되면,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면, 커피 한 잔도 마실 수 없는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현금이 사라지면 범죄도 줄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사이버 범죄는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현금 없는 세상, 과연 완전한 자유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의존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