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5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급여 적정성 재평가 추진 계획을 상정하지 않고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연기했지만 제약업계와 환자 단체는 기준 변경, 대상 선정 방식, 절차적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연기 결정에 앞다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급여 재평가 논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죠.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재평가해 급여 유지·축소·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약업계와 의료계, 환자 단체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갈등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유용성이 인정된 약제들의 경우 반복적으로 재평가를 받아, 행정적 중복과 신뢰성 저하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재평가 기준과 절차가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의사와 환자 간 불신,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하죠. 정부의 재평가 결과에 따른 약가 인하, 급여 삭제, 환수금 부담은 제약사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져 이에 대한 소송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약사회와 환자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결이 다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들은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 제도는 효과 없고 불필요한 약을 환자에게 먹이지 않기 위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하며 시작된 만큼 환자 건강 보호와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위해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시작으로 실리마린, 빌베리, 스트렙토키나제, 이토프리드 등 효과가 부족한 약들이 급여 목록에서 삭제되거나 축소된 것이 급여 재평가의 순기능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제약사들이 행정소송을 통해 재평가 결정을 지연시키며, 공익적 정책을 무력화하고 기업의 사익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이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무려 5년간 급여 축소가 진행되지 못했고, 빌베리는 4년 만에 급여 삭제가 결정되었으며, 실리마린 역시 4년째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약사회와 환자단체연합은 원고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집행정지가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의 사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급여 적정성 재평가 관련 소송들이 마무리되어가면서 관련 정책의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돌연 복지부가 내년 재평가를 미루기로 정한 정부의 결정이 제약사 봐주기라고 불만을 표출했는데요. 무엇보다 내년 대상 약제로 논의되고 있는 은행엽엑스와 도베실산칼슘은 급여축소된 콜린알포세레이트나 빌베리의 대체제로 사용되고 있어 재평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복지부가 하루빨리 내년 재평가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급여 유지, 축소, 본인 부담률 상향, 조건부 급여, 급여 제외 등 다양한 결정이 내려지는 급여 재평가 결과에 따라 제약 기업은 퇴출 위기에 몰릴 수도 있고, 환자들은 이해관계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기반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내고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