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입력 : 2025-09-15 오후 11:12:47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산업재해 예방 메시지가 적힌 근로감독관의 명함을 X(옛 트위터)에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 현장에서 관련 법령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지도·감독·수사하는 근로감독관의 명함 뒷면에는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며 산업현장에서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노동부 장관 명함에도 이 문구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임을 용인하는 거죠. 아주 심하게 말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반복되는 산재를 두고 내놓은 발언입니다. 
 
'미필적 고의'란 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상대방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심하게 때리는 행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추락·끼임·부딪힘 같은 '재래형 사고'가 전체 사망사고의 60%가량을 차지합니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입니다. 특히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되풀이됩니다. 왜 같은 환경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걸까요.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투자 여력 부족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 △하청노동자의 참여 제한 △법 위반이 더 이익이 되는 구조 등 복합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15일 범부처 차원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2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산재 예방 지원을 늘리고, 산재 사망 반복 시 과징금 신설·건설사 등록말소·공공입찰 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안전 투자에 비용을 쓰는 것이 기업에 더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대책에는 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명령' 권한 확보, 하청이 무리한 공사를 하지 않도록 발주자에게는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지웁니다. 
 
공공기관에는 더 무거운 책임을 부과합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장은 해임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합니다. 또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의 산재 예방 분야 배점도 0.5점에서 2.5점으로 상항합니다. 
 
노동계는 '경제적 제재 강화'는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경영계는 "산재 예방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처벌중심 정책"이라며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습니다. 
 
올해는 '산재 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요. 다만 제도만큼 중요한 것은 현장의 변화입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대통령의 질책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의 경각심으로 이어지려면 노·사·정이 함께 인식을 달리할 때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김태은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