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쇠사슬에 묶어 체포·구금하는 초유의 ‘조지아 사태’가 일단락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무사히 모두 귀국했지만 충격은 여전하다.
이민 단속으로 체포됐던 미국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직원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한 뒤 가족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배경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비자 문제였다. 불법 이민자 단속에 강경한 기조를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태의 불씨를 키운 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귀국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이기적인’ 지시 때문이었다. 그는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숙련 인력이므로, 한국으로 돌려보내기보다 미국에 잔류시켜 현지 인력 교육과 훈련, 기술 이전 방안을 논의하라”며 귀국 절차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 한국 국민을 동맹으로 대우하기보다는 자국 이익을 위한 ‘도구’로 여긴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교도소와는 인연조차 없던 소위 ‘고급 인력’들이 열악한 수용 시설에 갇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미국은 인간에 대한 상식적인 배려보다 기술 이전과 교육 효과에만 몰두한 것이다. 이는 곧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이전’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조선업의 미국 진출 과정에서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해왔다. 대만 TSMC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사실상 기술 이전을 강제했고, 지금도 대만 국민들은 “미국이 TSMC를 빼앗아갔다”고 여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대만의 사례처럼 한국의 조선 생산 기반이 미국 본토로 옮겨가면 국내 조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기술과 인력 유출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미 간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역시 같은 우려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 모두 냉정히 현실을 인식하고 ‘토사구팽’ 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