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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아니라 태도다
입력 : 2025-09-12 오후 2:19:24
요즘 유행하는 '영포티(Young Forty)'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2015년 김용섭 칼럼니스트는 『라이프 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에서 영포티를 긍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젊은 감각과 소비에 민감하며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40대, 다시 말해 생기 있는 중년을 뜻했지요.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영포티는 '젊은 척하는 40대'라는 조롱의 뉘앙스로 더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동안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년을 향한 비아냥과 그에 대한 반발이 맞물리며 '세대 갈등'의 상징어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노인 혐오'처럼 한쪽의 일방적 비난이 아니라, 서로를 비꼬고 불편해하는 상호작용이라는 점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학생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40대의 숏폼 영상에 "억지 젊음"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최신 유행을 즐기는 40~50대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글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영포티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문화는 우리가 젊은 시절 먼저 받아들인 것"이라며 반박합니다. 
 
나이키·우영미·스투시 같은 유행하는 패션 브랜드 착용 사진을 SNS에 과시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서윗영포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스윗(Sweet)'의 발음을 비튼 말로, 세련된 척하면서도 불필요한 관심을 보이는 40~50대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입니다. '슈가대디'와 유사해 보이지만 금전적 관계보다는 세대 갈등 속에서 탄생한 풍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겉모습의 젊음은 분명 예전보다 흔해졌습니다. 영양 상태와 꾸밈 문화, 운동 습관 덕분에 지금의 30대는 예전의 20대처럼, 40대는 30대처럼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동안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실제 나이를 지우지는 못합니다. "젊어 보인다"는 칭찬은 결국 '실제 나이는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외면에 집착하다 내면의 성숙을 놓칠 때입니다. 영포티라는 단어에는 자기중심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동안이라 자부하면서도 타인에게 '꼰대'처럼 군다면, 아무리 젊게 보여도 대화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과 마음은 열라는 말처럼 관용과 열린 태도로 더 깊어지는 것이 진정한 '나이듦' 아닐까요. 늙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서글픈 일이지만, 동시에 한층 깊어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안'만을 좇기보다 나이에 맞는 성숙함과 품격을 쌓는 것, 그것이 서로를 존중하며 나이 들어가는 길일 것입니다. 
 
서울 시내 기업 밀집 지역에서 직장인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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