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본문을 다하다 보니 애국을 해버렸습니다. 버티지 않고, 흘려보내는 하루를 보내고자 했었는데. 버티는 걸 넘어서 살아내버렸습니다. 번아웃으로 인해 쉬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죠.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다고 하니, 정신과 선생님께서 항불안제 용량을 줄이는 대신 횟수를 늘려서 처방해주셨습니다. 그 덕에 기사를 쓰면서 더 자주 약을 먹습니다. 진짜 약을 먹고 쓴 '약 빤 기사'죠.
기자 사회에 '좋은 선배'가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하니, 정신이 망가지든 몸이 무너지든 둘 중 하나죠.
심장과 갑상선에 통증을 느껴서 대학병원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원인은 딱 하나였습니다. '스트레스.'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될까요?" 선생님께 물으니, "상담을 받으면 나아질까요?"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네. 나아질 리 없죠. 결국엔 다 제 욕심 때문인 것을.
계속해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 더 효율적으로 욕심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론. 그리고 욕심 자체를 줄이는 마음가짐.
법륜 스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침에 108배, 부엌일하고 하루 종일 밭에 가서 일하고, 저녁에 와서 또 절하고 공부하고. 이렇게 살면 소원이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잠 좀 푹 잤으면 좋겠다.'
소원이 딱 한 가지밖에 없는 삶, 부러워졌습니다.
'기자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지'가 늘 고민이었는데 스님이 돼야겠습니다.
그전까지는 밑바닥에서 열심히 발버둥 쳐보렵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사는 것. 맹목적 삶에의 의지도 좋습니다. 맹목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삶이라니, 그것도 꽤 숭고합니다.
삶의 목표가 '행복'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삶 그 자체를 삶의 목표로 삼기 위해 부단히 애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