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현지 투자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던 한국인 300여명이 미국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체포된 초유의 사태가 일단락됐다. 총을 든 미국 연방 요원들에게 쇠사슬로 묶여 체포·구금된 지 일주일 만이다. 이제 전세기를 타고 귀국 여정을 시작할 국민들에게 먼저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민 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을 나서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초유의 구금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근원적인 문제인 비자 발급 문제부터 중무장한 미국 요원들이 강압적 분위기로 혈맹국 국민을 중범죄자로 취급하며 쇠사슬로 묶는 장면 등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관세 협상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을 한 지 열흘 만에 발생한 사태란 점도 주목된다.
이번 사태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해외 기업 투자’와 ‘강경 이민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두 가지 핵심 정책이 부딪힌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비자를 확대해줄 테니 미국인을 훈련시켜달라’는 둥 자국 이익에만 몰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맹, 우방을 가리지 않고 관세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일부터 작금의 행태까지 자신의 행보가 결국 국제사회 고립을 낳을 것이라는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노동자들의 귀국 호송 과정에서 수갑 등 신체 구속을 하지 말라고 미 당국에 지시했다는 점은 다행스러우나, 본질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민이 느낄 배신감과 모욕감 그리고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쉬이 지워지지 않을 상흔으로 남았다.
결국은 결자해지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 됐다.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미국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기꺼울 테지만 크게 기대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모종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원인이 됐던 비자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신속하게 매듭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