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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혐오'
입력 : 2025-09-10 오후 9:43:51
부인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란 것이 있습니다. 반 만년 동안 단일 민족을 내세우며, 자랑스럽게 여겼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여느 나라와 다르지 않은 다문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안산,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광진구 화양동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다수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곳이란 것을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입니다. 
 
반중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3년 6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 흐름 속에 시대를 역행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반중시위를 벌이는 이들입니다. 그것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부터 거주자가 많다는 광진구, 대림동 등지를 돌며 "CCP(중국공산당) 아웃, 부정선거 아웃"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중국인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 그 밖에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반중시위'를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금 관광객을 늘려야 하는데 특정 국가 관광객을 모욕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며 "무슨 표현의 자유인가. 깽판이지"라고 격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 참석한 법무부나 행정안정부에서는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어느 나라에 갔는데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욕하고 삿대질하면 다시는 안 갈 것 같다. 가지 말라고 동네방네 소문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상인들의 불편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고 살아보려는데, 깽판을 쳐서 모욕하고 내쫓는 상황이 되고 있다. 기존 제도로 제지할 방법은 없나. 이것은 영업 방해가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부터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데요. 이에 정부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중시위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도 선뜻 식사를 마련해 주고 물을 떠주는 등 보이지 않는 '정'을 나누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며, 개인의 불편함을 과도하게 드러낸 것인지 의문입니다. '표현의 자유'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타인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 없이 자기 의지대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이나, 동시에 타인의 권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는 권리라고 합니다.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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