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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이 된 방통위
입력 : 2025-09-09 오후 4:50:35
2년 전 여의도의 한 공영방송사 앞은 근조 화환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편파 방송 중지', '시청료 폐지', '김의철 사퇴하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은 회사 정문을 넘어 어린이집 앞까지 쌓여갔습니다. 민원이 이어졌지만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의철 사장이 물러나고, 윤석열정부가 원하는 인물이 사장 자리에 앉으면서야 수백 개의 화환은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번엔 방송통신위원회 앞이 꽃밭이 됐습니다. 과천청사로 향하는 길목은 화환이 내뿜는 꽃향기로 가득한 모습입니다. 문구는 바뀌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님 힘내세요', '끝까지 응원합니다'. 대통령실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권면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 단체와 지지자들이 응원의 표시로 보낸 것입니다. 
 
2025년 9월9일 방송통신위원회 앞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꽃은 본래 축하와 애도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의 도구가 되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꽃이 될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과 방통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기관입니다. 하지만 화환이 에워싼 풍경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정파의 논리 속에서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꽃으로 포장된 정치가 기관을 흔드는 모습,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아이러니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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