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이달에만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장에서 연달아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7월에도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는데요. 사고 현장과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그 이면에는 동일한 구조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사고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청 또는 재하청 노동자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건설사의 안전관리 의무는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원청이 책임지는 구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브랜드만 내걸고 실제 시공과 관리, 인력 운용은 하청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 인력조차 외주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실질적 책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과 '전 현장 특별점검' 발표가 반복됩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증언합니다. 서류상 점검은 늘어났지만, 안전관리자는 여전히 두세 명이 수십 명의 작업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은 안전을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만들죠.
정부의 대응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제한, 과징금 부과 등 징벌적 조치는 일시적 경고 효과는 있지만, 그 자체로는 구조적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들이 여전히 공공사업을 수주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건설 안전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도덕성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는 산업 구조와 계약 체계, 법적 책임 분산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안전 비용을 계약에 명시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하청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후 책임만 추궁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어떤 재발 방지책도 공허할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닙니다. 발주처-원청-하청이 공동으로 안전 책임을 지는 계약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위험 작업 중지권 보장,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안전관리자 인력의 법정 기준 강화 등 정교한 시스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기업들도 "소나기 피하기" 식 대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생명을 지키는 데 비용과 구조 개편을 아끼지 않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사과가 아닙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