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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로 차는 가지 않는다
입력 : 2025-09-04 오후 11:26:08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대선 메인 슬로건인 '진짜 대한민국'은 정치·사회 등 각종 분야의 제도 개선을 통해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점은 경제에 찍혀 있었습니다. 기본사회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성장'을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당시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이 대통령은 "현재의 사회적 대립과 갈등의 원인은 경제"라면서 "소위 양극화와 불평등 격차가 너무 커졌다"며 경제를 부각했습니다.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예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며 "국가 간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은 기업이 한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했습니다. 기업과 날을 세웠던 과거 진보 정당 출신의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지 약 3개월 동안 무수히 많은 법안들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경영계에서는 두 법안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해 왔습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에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연이은 '반기업' 법안 통과에 경영 여건은 더 악화됐습니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감합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여당은 두 법안 모두 이전부터 논의해 왔고, 윤석열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이재명정부 출범 몇 개월 만에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습니다. 2차 상법 개정안의 경우 1차 법안 통과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국회를 넘었습니다. 3차 상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성장을 주제로 한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기업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모습입니다. 이재명정부가 바라보는 성장과 산업계가 인식하는 성장은 다른 듯합니다. 브레이크만 밟으면 차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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