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적극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4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만나 "내년을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적인 첫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과감한 주 4.5일제 시범사업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중립"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최근 정부도 주 4.5일제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도 예산에 주 4.5일제 관련 325억원을 반영했는데, 이는 제도 도입 기업 지원과 일·가정 양립 제도 정착을 위한 재원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합의로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노동자 1인당 20만~60만원을 지원하고, 채용이 늘어난 경우 채용 인원당 60만~80만원의 추가 지원금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노동계는 이에 발맞춰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며 파업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시중은행 등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금융노조는 2022년부터 주 4.5일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특히 2002년 금융권을 시작으로 주 5일제가 도입된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주4.5일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이 저출산과 지방 소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도 7년 만에 파업에 나섰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파업을 결정했습니다. 요구 사항에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상여금 인상과 함께 주 4.5일제 도입이 포함됐습니다.
반면, 경제계는 주 5일제가 도입됐던 2002년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입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5월 "가뜩이나 노동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이는 주 4.5일제 논의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 평균(1717시간)보다 140시간 이상 많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2003년 이후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과 가장 높은 자살률. 경제계가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주 4.5일제 도입이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