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출근길에 문득 보니 한때 탕후루가 점령했던 거리를 이제는 인형뽑기방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구두 매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형뽑기방이 들어섰습니다. 옆의 화장품 매장도 한동안 공실로 남아 있더니 결국 또 다른 인형뽑기방으로 바뀌었습니다.
불과 몇 주 사이 연이어 달라진 간판은 놀랍기도 하지만 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우리는 이미 탕후루 열풍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광경을 경험했고 버블티나 크로플처럼 짧은 유행이 골목 곳곳을 채웠던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인형뽑기방의 급증은 분명한 배경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무인점포가 보편화되면서 관리가 쉽고 인건비 부담이 거의 없는 업종이 각광을 받았습니다. 초기 투자 문턱이 낮고 운영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은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 되었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인형뽑기방이 '효자 업종'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흐름은 거리를 단조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어느 골목을 가든 서로 다른 주인이 운영하는 인형뽑기방이 들어서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전자음과 불빛은 도시에 활기를 주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묘한 공허함을 남깁니다. 다양성을 잃은 상권은 잠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을지 몰라도 금세 피로감을 안기고 이내 또 다른 업종으로 교체되는 과정을 반복할 뿐입니다.
거리는 달라지는 듯 보이지만 또 다른 획일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행이 바뀔 때마다 간판만 교체될 뿐 강남을 가도 홍대를 가도 종로를 가도 결국 비슷한 풍경이 반복됩니다. 인형뽑기방은 오늘의 유행일 뿐이고 머지않아 또 다른 업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가 지녔던 특성과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