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지난해 4월 공익신고로 시작된 대웅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결론났습니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년에 걸쳐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신고에서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해석됐습니다.
의혹에 그치는가 했던 상황은 사건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되면서 반전했습니다. 경기남부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7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웅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습니다.
대웅제약 리베이트 의혹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불법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이번 주인공은 의약품 도매업체 유니온약품이었습니다.
이 업체는 유령 법인을 내세워 대학병원 이사장 일가에 50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습니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유니온약품 대표가 2019년부터 작년까지 종합병원 세 곳에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유령 법인을 통해 약 34억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제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유니온약품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자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꾸짖었습니다.
약사회는 먼저 "실체 없는 유령 법인을 만들어 대학병원 이사장 일가에게 50억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하고, 입찰 담합까지 저지른 행태는 국민 보건과 의약품 유통 질서를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범죄"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는 산업계를 좀먹는 행위이자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입니다. 달리 보자면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나름의 방법이었습니다. 주로 전문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 의사들이 일하는 병원이 리베이트 대상으로 꼽힙니다.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쌍벌제입니다.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시행 3년 차인 2012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내 제약사 2곳과 다국적 제약사 9곳 등 총 52개 제약사에게 물은 결과 의사나 약사의 리베이트 요구가 줄었다는 응답이 91.7%까지 오르는 등 쌍벌제는 나름의 효과를 냈습니다.
특단의 조치에도 불법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은 꼭 있기 마련이죠. 입법조사처의 조사가 있었던 2012년에는 약 5600명의 의사와 약사가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불법성을 인지했는데도 리베이트를 피하지 않은 이유는 가벼운 처벌 수위입니다. 쌍벌제에 의하면 리베이트 제공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수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같은데, 1~12개월의 자격정지가 더해집니다. 최악의 경우 징역형을 살 수도 있지만 혐의를 소명한다면 벌금으로도 끝날 수 있는 겁니다.
리베이트는 특정 기업 소유의 폐쇄된 리조트에서 진행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부지런해지는 불법에 대응하려면 처벌 수위 상향은 불가피합니다.
불법 리베이트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논의가 시작되면 여러 곳에서 반론이 등장할 겁니다. 그 중에는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갖춘 의견도 있겠죠. 감수해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산업계에서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 벌어지도록 방조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영업 과정에서의 불법이 보편으로 자리 잡으면 약을 만드는 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