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약 3000억원을 투입해 비즈니스석 못지않은 ‘프리미엄석’을 도입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비스 향상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석 공간이 좁아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한항공 ‘프리미엄석(Premium Class)’ 좌석 예상 이미지. (사진=대한항공)
프리미엄석은 기존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 클래스)과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클래스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프리미엄석은 일반석보다 약 1.5배 넓다. 좌석 간격은 39~41인치(약 1m)로, 해외 주요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보다도 여유롭다. 좌석 너비도 19.5인치(약 50cm)로 넓고, 다리와 발 받침대를 갖췄다. 운임은 일반석 정상가 대비 약 110% 수준으로 책정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한층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같은 프리미엄석 도입이 기존 이코노미석 승객의 불편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석 도입으로 인해 보잉 777-300ER 이코노미석 ‘3-3-3’ 배열을 ‘3-4-3’으로 변경해 한 줄에 좌석을 10개 배치했다. 이를 위해 좌석 너비를 약 3㎝씩 줄이고 통로 공간도 최소화했다. 결과적으로 일반석 승객은 이전보다 더 좁은 공간에 앉아야 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 중에는 ‘좌석 간격 축소 금지’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프리미엄석 신설을 위해 일반석 좌석 배열을 바꾼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가 중장기적 서비스 향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 여론은 냉랭하다. 일부 승객들은 “좋은 좌석을 도입하는 건 좋지만, 그 피해를 왜 이코노미석 이용자가 봐야 하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급 서비스 확대와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이코노미석 편익 간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전략은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