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정책이라는 큰 난관을 넘은 한국 경제계가 또 다른 관문에 직면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야기다.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 경제의 이면에는 급격한 외주화와 단가 경쟁 중심의 하도급을 통한 원·하청 간 격차 문제가 있어왔다. 원청인 대기업은 하청의 대화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었고, 이에 하청 노조는 단체 행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갈등이 반복돼왔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반복적인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원·하청의 노사 상생과 수평적 협업 파트너십을 통한 기업 생산성 향상 등 동반 성장의 목적 또한 자리한다. 즉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한 첫 관문인 셈이다.
노란봉투법 통과 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던 경제계는 법 통과 후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법적 분쟁 발생에 따른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가능성과 한국 산업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에 대한 기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다. 노동자와의 상생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볼 수 있기에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기업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수많은 협력 업체 직원들의 피땀으로 쌓아 올린 반석 위에 쌓인 결실을 수평적 협력 파트너십을 통한 상생으로 나눠야 할 때다. 이는 비정규직 개선과 함께 원·하청 윈윈의 사업 구조로 자리하며 제품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법적 리스크를 언급한 경제계의 주장도 무작정 배척해선 안 된다. 정부와 노동계도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기업 쪽으로 과하게 기울어졌던 운동장을 다른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의 언급처럼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으로 ‘네가 틀리고 내가 옳다’ 식의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
경제계와 노동계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할 때 상생의 길로 향하는 관문의 길은 열릴 것이다. 대립이 아닌 상생의 길로 나아간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에 우뚝 설 한국 경제계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