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너무 익숙한 단어입니다. 챗봇을 쓰거나 사진을 보정할 때도 AI가 숨어 있고, 기업들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앞다퉈 AI를 도입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AI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숨은 조연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당장 AI 서비스로 돈을 벌지 못해도 데이터센터 사업부터 뛰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I 경쟁의 본질이 '모델의 똑똑함'에서 '모델을 구동시킬 수 있는 자원'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데이터센터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가 된 것이죠.
AI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AI 예산을 3조4400억원에서 4조4600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무려 29.7% 증가한 규모입니다. 또 내년까지 GPU 3만5000장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는 5만장 이상 확보하겠다는 비전도 내놨습니다. 단순히 좋은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그 AI를 안정적으로 돌릴 하드웨어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 겁니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 중국, 유럽 모두 GPU 확보전과 슈퍼컴퓨터 경쟁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AI 모델은 물처럼 넘쳐나지만, 그 물을 각 가정에 공급할 상수도관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데이터센터 운영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데이터센터는 건축법, 소방법, 환경 규제, 전력 규제 등 각종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습니다. 심지어 주차장·식당·숙소에 준하는 규제까지 적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전용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치 도로, 철도, 항만 같은 국가 핵심 인프라로 데이터센터를 다루자는 주장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AI의 기술적 동반자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 기반이기도 합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며 불편하게 살아가듯, 데이터센터 없는 AI는 임시 방편으로만 활용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