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이 이제 더 놀라운 미래를 가진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고 보고드리 게 되어 큰 영광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인텔의 지분 10%를 취득하면서 블랙록(8.92%)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법(CHIPS Act)에 불만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적절한 대가’를 찾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옆에 두고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지분 인수’라는 워딩이 강력해서 그렇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인텔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집권 초기인 지난 2월에는 TSMC에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권하기도 했다. 인텔 회생을 위해 오랫동안 심사숙고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인텔이라는 자국 반도체 기업을 소생시킴으로써 국가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인공지능(AI) 분야까지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 AMD에게 AI 칩 대중 수출의 대가로 매출의 15%를 받기로 한 합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인텔 지분 매수 사실을 밝히면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고 덧붙였다.
나아가 미국이 TSMC나 삼성전자 등 타국 반도체 기업의 지분까지 노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지분 확보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거래를 더 하겠다”고 하면서 다시금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 전문가는 당장 미국이 삼성전자와 TSMC 등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지보다 ‘그 의지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지분을 노릴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미중 간의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지분을 빌미로 해외 기업을 자국에 묶어두려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분 욕심은 단순한 ‘미국 제조업 부활’을 넘어 반도체와 AI에 대한 미국의 거시적인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 정부보다 한발 먼저 인텔에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선제 대응도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해가 간다. 트럼프의 의중을 읽고 선제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텔 인수는 결정적 사건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