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사진=뉴시스)
"나는 인공지능(AI)을 꽤 자주 사용한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 AI에 묻곤 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해당 발언은 'AI 의존'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음과 동시에 국정 자문을 AI에게 맡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에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민감 정보는 올리지 않는다"면서 "AI는 참고용일 뿐"이라고 진화했습니다. 이는 국정 운영과 관련한 정보가 미국의 오픈AI에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 영향입니다.
그런데 국가 지도자의 AI 사용이 지탄을 받아야 할 행동인지 의문이 듭니다. AI가 우리 삶을 파고들기 시작한 시점은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바둑 기사들은 '창의성'이 결여된 바둑 AI가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없다고 예측했습니다. 바둑이라는 게 단순히 산수의 영역이 아니라, 판을 읽는 흐름에 기초한 창의성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점령당한 체스와는 다를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와의 경기는 바둑 기사들에게 허망함을 안겼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바둑은 없을 것이라는 탄식까지 나왔죠.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들의 바둑은 진행 중입니다. 알파고의 침범은 이제 바둑 기사들의 '도구'가 됐을 뿐입니다. 바둑의 미래를 앞당겨 온 것이죠.
정치·사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여전히 AI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지만, 우리 삶에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정치·사회 영역에서 AI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AI의 격차는 세대별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젊은 세대는 이미 AI를 개인 비서로 두고 개인의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미 노후화된 우리 정치권에서도 AI의 활용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언젠가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도, AI가 직접 쓸 날이 오게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치권의 AI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