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중국산 제품은 흔히 값이 싼 대신 품질은 뒤떨어진다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집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제조업으로 경제 대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 산업을 위협하는 형국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선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최근 들어선 중국 기업들이 연이어 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뽐내는 중입니다.
중국 우정 증권(China Post Securities)이 지난달 14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규모는 660억달러로 기록됐습니다. 이미 작년 한 해 라이선스 아웃 규모를 넘어선 금액입니다.
주요 계약을 보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중국 장쑤 헝루이 제약과 12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개발 및 판매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25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으로 중국 사상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습니다.
중국 기업의 라이선스 아웃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도 이뤄지는 형국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월 AI 플랫폼과 전임상 항암제 포트폴리오 접근을 위해 중국 SCPC 제약그룹에 50억달러 이상을 지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화이자도 같은 달 크리스탈파이(XtalPi)라는 곳과 개발 협력을 진행키로 했습니다. 사노피는 이미 2023년부터 크리스탈파이와 AI 기반 신약개발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중국을 향한 사노피의 러브콜은 어느 정도 결과물에 가까워진 듯합니다.
사노피는 지난 4월 중국 헬릭슨의 미국 자회사 에델린 랩스와 독점 AI 플랫폼에서 발견한 자가면역 및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두 가지 잠재적 항체 후보 라이선스 부여를 위한 17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AI 기술력과 함께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서 중국의 위상을 드높인 건 플랫폼 기술력입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상하이 파트너 팡닝 장(Fangning Zhang)은 "글로벌 제약사에게 있어 가장 큰 매력은 중국 기업의 약물 라이선스 및 고급 AI 플랫폼 액세스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차세대 AI 기반 신약 발견을 주도할 수 있다"면서 "AI가 전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연간 150억달러에서 280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의 기술수출 규모는 올해에만 78억달러를 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연말까지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작년 수준을 113%나 추월한 규모이긴 하지만, 중국의 약 11%에 그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신약 개발을 위한 기업 간의 계약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셈입니다.
저가 공산품의 대명사로 통했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선 새로운 가능성으로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