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던 인터넷(IP)TV가 요즘은 시들해졌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부상으로 집 안 거실의 주인공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죠.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던 시절에는 끝없이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보였건만, 결국 IPTV도 기술과 이용자 습관의 변화라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시장의 평가는 역시 냉정합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사실 산업의 흥망성쇠는 IPTV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CD와 카세트테이프가 그랬고, 피처폰의 몰락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듯, 한때 최전성기를 구가한 상품과 서비스도 새로운 흐름 앞에서는 힘을 잃어왔습니다. 과거 길거리를 지배하던 공중전화 부스는 이제 거의 사라졌고,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도 한 세대를 풍미했지만 이젠 흔적이 희미합니다.
다만 밀려난 산업들을 비극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IPTV가 남긴 인프라와 경험은 OTT로 이어지며 새로운 서비스의 토양이 됐습니다. 카세트테이프가 없었다면 CD가, 그리고 MP3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어떤 산업의 몰락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거실 TV 앞에서 채널을 돌리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순간에 찾아보는 시대가 왔습니다.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기술을 배경 삼아 다시금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