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흔히 야구를 '통계와 확률'의 스포츠라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평균 타율 2할4푼 정도를 칠 수 있는 타자가 컨디션을 극도로 끌어올리며 이번 주에만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는 '미친 활약'을 보여줬다고 해도, 야구에서 통계와 확률을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평가절하합니다.
"결국 평균에 수렴할 거야"
예전부터 야구에서는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라는 개념이 도입되며 실제 전력 분석의 일환으로도 쓰입니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쉽게 말해 야구에 사회과학의 게임 이론과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극 도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야구가 아무리 통계와 확률로 분석 가능한 스포츠라고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운의 힘이 불현듯 작용하기도 합니다. 계산대로만 흘러가는 스포츠가 이렇게 인기 있을리가 없겠죠.
특히 흥미를 끄는 세이버매트릭스 지수가 있습니다. 바로 'BABIP(바빕,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이라는 지수입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지수인데요. 타자의 경우 '타자가 친 공이 인플레이(홈런 제외) 됐을 때 실제 안타가 된 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수의 경우는 반대로 투수가 던진 공이 인플레이 돼서 실제 안타를 맞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 팬들도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자가 투수의 공을 때려내 강도가 약한 땅볼을 만들어 냈지만, '절묘한 코스'로 굴러가면서 안타가 됐다면 BABIP 수치가 오르게 되겠죠. 이를 두고 "바빕신이 강림했다"라는 표현이 널리 쓰입니다.
어떤 타자의 최근 타율이 극도로 낮지만, BABIP 수치는 높다면 "타구의 운이 따르지 않았다"라는 평을 하며 이른 시기에 타격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투수의 경우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했던 말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땅볼 타구를 유도했는데 안타가 되는 것은 나로선 어쩔 수 없다."
BABIP은 확률의 틀 안에서 드러나는 '운'의 흔적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수치입니다. "운도 실력의 일부분"이라는 말 정도는 증명해낼 수 있는 수치가 아닐까 싶네요.
나름 실생활에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안 나올까 좌절감이 들 때, "괜찮아, 내 BABIP 수치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걸. 곧 회복할 수 있을 거야"라고 자신감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