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돈을 나눠 주더니 이제는 세금을 올리겠다고 나섰습니다. 전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나눠 주면서 13조원 넘는 세금을 썼는데 나라 곳간이 비자 다시 국민 지갑을 털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연서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며 "민생회복 쿠폰 효과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 상인이 "쿠폰이 도움이 된다"고 하자 이대통령은 "그게 사장님이 낸 세금"이라고 답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웃음이 나왔지만 그 말은 정책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결국 돌고 도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9월22일부터 2차 소비쿠폰도 지급합니다. 소득 상위 10%를 뺀 국민 90%가 대상이고 1인당 10만원씩 받게 됩니다. 1차 때 참여율이 높고 시장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결국 그 재원은 또다시 국민 세금에서 나옵니다.
문제는 뒤따를 증세입니다. 실제로 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법인세율을 현행 9~24%에서 10~25%로 되돌리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며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18%로 복구할 방침입니다. 심지어 감액배당 과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신설까지 예고됐습니다. 없는 세금도 새로 만들어서 거두겠다는 뜻입니다.
결국 국민은 한 손에 10만원 쿠폰을 받지만 다른 손에는 더 큰 세금 고지서를 쥐게 될 것입니다. 민생을 돕겠다던 정책이 되레 민생을 옥죄는 결과로 귀결되는 셈입니다. 기업은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일자리는 위축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시장 매출 증가는 눈에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이 약해지는 셈입니다.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부·여당은 "소상공인에게 웃음을 돌려줬다"고 자평하지만 야권은 "쿠폰은 물가를 자극해 서민의 박탈감을 키운다"고 지적합니다.
민생을 챙긴다면서 돈을 나눠 주고 곧바로 세금으로 되찾아가는 방식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겉으로는 '민생회복'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증세회복'에 불과합니다. 진짜 민생은 쿠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와 활발한 투자에서 나옵니다. 퍼주기 정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해법을 내놓을 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을 방문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체감 효과 점검 및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