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연휴, 집에 묵은때를 벗기려니 장비가 꽤 필요했습니다. 습관처럼 쿠팡 앱을 켰습니다. 로켓배송으로 시키면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청소도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청소가 끝나니 연휴도 끝났습니다.
일요일 퇴근길에 신림역 네거리에 붙은 현수막을 봤습니다. '8월14일은 로켓배송 없는 날.' 정부와 택배업계는 지난 2020년 택배 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해 8월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했습니다. 이번 광복절 연휴에도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 등 택배회사들은 일을 쉬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그러나 5년째 택배 업계는 매년 14일과 15일에 배송을 멈춥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늘자, 노동자들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쿠팡은 다릅니다. 쉬지 않습니다. '백업 기사 시스템'을 적용했기에 휴무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노동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 '로켓배송 없는 날' 캠페인. 하지만 로켓배송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주문한 청소도구가 다음날 집에 도착했던 것도 쿠팡 '정상영업'의 결과입니다.
지난 7월에만 택배업계 종사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43살 인천 택배대리점 소장, 51살 서울 역삼동 담당 택배기사, 53살 경기 연천 지역 택배기사가 숨졌습니다. 택배노조는 이들의 사망을 온열질환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14일은 유독 더웠습니다. '정상영업'이 '정상노동'은 아닌듯 합니다.
지난 2023년 8월14일 '택배없는 날' 택배 배송을 위해 줄 지은 쿠팡 차량.(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