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지난 14~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대회에는 280개팀 500여대 로봇이 참가했는데 축구·권투·육상·체조 등 종목도 실제 올림픽을 방불케 했다. 이번 운동회에는 개최국인 중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호주, 일본 등 16개 나라가 참여했다.
지난 15일 로봇 운동회 5대5 축구 경기에서 쓰러진 휴머노이드를 엔지니어가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상을 통해 확인한 운동회는 아직은 어설퍼 보였다. 축구 종목의 경우 로봇들이 몸싸움을 시도하다 넘어지는 장면이 많았다. 스스로 일어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진행 요원의 도움 없이는 일어나지 못하는 로봇도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직면한 기술적 난제는 손발의 움직임, 그리고 이를 조종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로봇이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선 손가락을 비롯한 상체 전반이 고도로 협력하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학습시켜야 한다. 로봇 시장의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 모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피지컬 인공지능(AI)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달리기 종목은 로봇의 움직임이 기대보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번 운동회 15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의 로봇 ‘H1’이었다. 기록은 6분 34초. 다른 로봇도 거의 완주했다. 복합적임 움직임을 구사하는 달리기 동작을 비슷하게 구현한 것을 보면, 실제 인간과 비슷한 기록을 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운동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태도였다. 복싱과 축구 경기에서 로봇들은 굼뜨고 답답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관객들은 야유 대신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위수커지 창업자 왕싱싱은 “로봇이 실수하면 토론할 것이 더 많아진다”면서 “다음 대회에선 로봇들이 자율적으로 달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분명 어설프고 발전 요소가 많지만, 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은 굳건하다. ‘인구절벽’ 현상이 뚜렷한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로봇은 한국의 필수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로봇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이유다.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도 ‘패스트 팔로잉’ 전략을 활용해 추격에 나서고 있다. 넘어진 로봇에게 박수를 보낸 관람객들처럼 국내 로봇 기업들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