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축구를 무지 좋아하는 축구팬입니다.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 시절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EPL만큼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보는 재미가 큰 리그는 없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리미어리거로 박지성, 기성용, 그리고 대망의 손흥민까지. 그 중에서도 손흥민은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주는 선수였습니다. 경기 날이면 그의 득점 장면을 기다리며 TV 앞에 앉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주말 저녁이나 새벽, 손흥민의 경기를 종종 챙겨봤는데요. 제 삶의 작은 의식이자 낙이었습니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리그인 EPL에서, 그리고 수많은 빅클럽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 상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손흥민이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고 난 뒤 미국 LAFC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습니다. EPL팬으로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많은 축구팬들이 더 큰 무대를 기대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프리미어리그 우승컵, 혹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맨시티 같은 세계적인 명문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 손흥민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은퇴를 준비하는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듯합니다.
돌이켜보면 손흥민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그는 한국 축구 역사에서 앞으로 다시 나오기 어려운 클래스의 선수였습니다. 특히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 리그 통산 100호골과 개인 통산 200호골, 그리고 득점왕 등을 달성했고 한국인 최초로 푸스카스상을 수상했습니다.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이 지나도 제2의 손흥민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이별이 더욱 아쉽습니다.
특히 마음에 남는 점은 손흥민이 빅클럽 이적설과 유독 인연이 적었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시대를 함께한 토트넘의 해리 케인, 델리 알리 같은 선수들은 꾸준히 이적설 중심에 섰는데, 손흥민은 달랐습니다. 왜였을까요. 맨유의 전설적인 선수 폴 스콜스조차 최근 인터뷰에서 "왜 맨유가 손흥민을 영입하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맨시티를 상대로도 골을 기록했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더 큰 클럽들은 손흥민을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팬으로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아쉬움 속에서도 존경과 경의는 여전히 큽니다. 손흥민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한국 팬들에게 유럽 축구의 황금빛 순간을 선물했습니다. 그의 세리머니 하나, 강호들을 무너뜨리던 장면 하나하나는 제 기억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그는 LA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은퇴를 향한 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손흥민이 남긴 시간과 발자취는 한국 축구 팬 모두에게 평생의 자부심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 손흥민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으로 여깁니다.
1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 로스앤젤레스FC 대 잉글랜드 레볼루션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몸을 풀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