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할 일은 다했어요.” 한 교수가 최근 현대차의 미국 투자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맞서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공급망까지 통째로 옮기는 현대차의 노력을 보며 나온 평가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몫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7일 경기 평택항 부두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들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적응 전쟁에 돌입했다. 그 중에서도 현대차의 대응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단순 수출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지에 뿌리를 내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를 투자한다. 자동차와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산업 등 주요 분야에 투자키로 했다. 이런 투자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고용에 미칠 영향,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현지 운영의 불확실성 등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made in USA’가 불기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아무리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고, 정치적 변수에 따라 사업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의 경우, 아무리 미국에 투자해도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각종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현대차가 아무리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도, 한미 관계가 흔들리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업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