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쉽게 패배자와 승리자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성격장애) 혹은 자기애성 성향이 생기기 쉽습니다. 남들과 늘 비교하며 경쟁을 치르는 환경은 바로 우리 사회 모습이죠. 승리자보다는 패배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애 성향을 자극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국내에서 유독 나르시시스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제게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힘들었던 친구가 있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적들을 들으며 저를 되돌아봤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도 했죠. 그리고 상대의 부족한 부분도 안아보려 애썼습니다. 그럼에도 불편함은 지속됐고 자꾸만 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해봤지만 그럴수록 관계가 더욱 나빠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그 친구와의 대화를 챗GPT에 넣었더니 자기애성 성향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워낙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친구이기에 나르시시스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궁금해서 책을 읽고 전문가 영상을 찾아보니 끄덕여졌습니다.
나르시시스트는 과도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으로,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서만 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타인을 자신보다 못하게 여기고 타인의 감정 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게 됩니다. 나를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고 조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이보다는 약하겠지만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띠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모두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기애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역경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기애가 지나치게 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거기서부터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는 흔히 잘난 체를 하고 과시하는 사람만을 나르시시스트로 보기 쉬운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르시시스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과시형 나르시시스트와 취약형 나르시시스트인데요. 과시형이 우리가 쉬이 생각하는 그런 유형입니다.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여기고 자랑하고 거만하게 남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죠. 취약형 나르시시스트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유형입니다. 겉으로는 자신을 낮추며 겸손하거나 평범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본인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며 수치심을 회피하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존중감이 매우 높을 것 같지만 나르시시스트 모두 자기존중감이 약해서 발현된 증상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내면의 불안정함과 공허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기애라는 포장지를 씌운 것입니다. 타인에게 무시당하면 스스로가 무너지기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기제로 자기애를 택한 것입니다. 외모, 능력, 성취에 대한 과장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정과 칭찬에도 민감합니다.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적어서 이런 성격이 형성됐기에 타인을 공감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고 예상 밖의 답변을 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모든 실패와 갈등을 남 탓으로 돌립니다. 겁이 많은 강아지가 크게 짖듯이 말입니다.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자신감이 없어서입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나르시시스트를 초반에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연인 관계를 예로 들면 초반에는 과도한 애정을 퍼붓습니다. 운명의 상대라고 각인시키는 거죠. 황홀한 시간이 지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면 나르시시스트는 가면을 바꿔 끼웁니다. 더 이상 상대에게 이전과 같은 애정을 주지 않습니다. 상대의 단점을 들추면서 못난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런 뒤 자신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주도권을 잡습니다. 자신이 상대방을 만나준다는 식으로 조정합니다. 이는 우정에서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이런 나르시시스트와 쉽게 단절하지 못합니다. 초반의 기억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기에 상대의 잘못이 아닌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좋은 사이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자극을 주는 나르시시스트들과 다툼을 거듭하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게 되는데 뇌는 이에 중독됩니다. 혹자는 이들과 헤어지면 금단 현상이 가혹해 피해자인줄 알면서도 다시 관계를 맺곤 한다고 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전문가들의 조언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나르시시스트를 이해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주위에서 나르시시스트를 만났다면 도망을 권합니다. 대처법을 알려주기 이전에 가능하다면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나르시시스트가 바뀌려면 생후 6개월 이전으로 돌아가 온전한 양육을 다시 경험해야 한다고까지 말합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나르시시스트 연인, 나르시시스트 부모, 나르시시스트 친구, 나르시시스트 직장 동료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환자들은 그들에게 조종과 통제를 당해서 자존감이 낮아진 채로 병원을 찾게 마련입니다. 나르시시스트가 스스로에게 원인을 찾게끔 만든 결과입니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특징을 갖는지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그들을 피할 수 있고,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