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손절하는 분위기랄까요. 서운하기도 하고. 핵심 산업이었는데 제대로 대접 한 번 못 받았고요. 이제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용도폐기라며 침몰해 가는 배 취급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석유 시설.(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만난 정유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개발 시기 우리나라 기간산업 발전에서 석유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석유 강국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평생을 일했을 텐데, 지금은 좌초자산 취급을 받고 있으니 속이 상할 만도 해보였다.
정유기업 하면 ‘부잣집 아들’ 이미지가 강했다. 대학 졸업 당시 정유업계는 취준생들에게도 연봉이 높은 기업으로 분류됐다. 늘 등 따수운 업계 아니었냐고 물으니 “정유업계가 수익이 크게 났던 기간은 고작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고작 1.5%에 불과한 바닥에서,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수익이 조금 발생했다며 이마저도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정부가 나섰다고 했다. ‘내수 과점 구조의 폭리 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 탓일 듯 싶다.
생각해보면 ‘동네북’이긴 했다. 약 15년 전 “기름값이 묘하다”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부에서 TF까지 꾸리는 촌극이 발생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가격 잡겠다고 전국 주유소를 상대로 정부가 전쟁에 나선 셈이다.
주유소를 상대로 한 씨름은 작년까지도 계속됐다. 정부 부처 장차관은 주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물가를 잡겠다는 보여주기식 행보의 일환으로 주유소 방문에 나선다. 주로 알뜰주유소가 도장깨기의 본거지로 활용되는데, 알뜰주유소는 공기업 민영화를 주창했던 이명박 대통령 때 탄생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이 엎어지길 반복하는데 알뜰주유소 만큼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 것으로 봐야 하나.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라고 표현했다. 심판을 해야 할 정부가 ‘플레이어’로 뛰어든 것도 오늘날 정유업계 불황의 이유라는 것. 그는 “석화업계 구조조정에 정부 자금 투입 여부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유업계도 그 지경이 되면 정부 자금이 투입되려나요?”라고 물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