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직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춘석 무소속 의원실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주식 차명거래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는 시민 여러분이 선출해주신 국회의원으로서 민생을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윤석열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국민의 삶을 보살펴야 하는 것이 첫 책무로 삼겠습니다"
무소속이 된 이춘석 의원의 지난해 4월10일 당선 소감문 중 일부입니다. 윤석열정부의 기득권 지키기를 견제하고 국민의 삶을 보살피겠다는 4선 의원의 다짐은 2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그의 휴대전화는 기득권 그 자체였습니다. 이 의원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인공지능)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 2분과장을 맡았습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재명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중책입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차명계좌'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의원 개인만의 일탈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 있을 겁니다.
이쯤에서 다시 혁신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야당의 혁신은 당의 생존 문제이지만, 여당의 혁신은 집권당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됩니다.
3년 전 겨울, 민주당에는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혁신안에는 △국회의원 3선 연임 초과 제한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당 지도 체제 개편 △2030 가산점 50% △전 지역구 청년 의무 공천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혁신안은 단지 '시늉'에 불과했습니다. 혁신안이 정치의 세대교체를 추구하면서, 기득권 내려놓기를 요구했지만 바뀐 건 없습니다.
이번 차명계좌 사건의 출발점은 기득권입니다. 민주당에는 현재 3선 이상 의원이 30명에 달합니다. 4선 의원도 12명이나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이 의원의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오래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금지라는 혁신안의 한 단계 발전이 필요합니다. 갑 지역구에서 을 지역구로 이동하는 무의미한 지역구 이동도 방지해야 합니다. 여기에 청년 세대에 대한 가산점을 유의미하게 키워, 현역 의원들과 실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혁신은 기득권 내려놓기의 출발이 될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